내가 학생들의 방학을 싫어할 다른 이유는 하등 없다.
그렇지만 굳이 싫어할 만한 단 한 가지 이유를 꼽자면, 포털 등 주요 자료 검색용 사이트들의 뜨는 속도가 현저히 차이가 난다.
난 컴퓨터 사양에 따른, 혹은 회선 속도에 따른 속도차에 그리 민감한 사람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것이 느껴질 정도다. 올해만 느낀 것이 아니고 6년 전부터 봄방학,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거치면서 그냥 확실히 경험하여 얻게 된 결과다.
인터넷을 재미로 하거나 그냥 즐기면서 서핑하는 동안 느린 것이라면 문제 없고 아무런 상관도 없을 텐데, 나름 일에 필요하거나 꼭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때 느린 것이기 때문에 가끔씩은 방학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게 되곤 한다. 매 검색 회당 속도 차는 별거 아닐 것 같으나, 따져보면 매 회별 느려진 속도를 포털 총 검색 횟수에 곱해보면 거의 연간 수주의 시간이 검색 대기 시간으로 소요될 정도다.
특히, 느렸던 포털 속도가 대학교 개강 순간부터 ’100개의 컨테이너 중 1개를 제거한 것 같은 느낌으로’ 미미하게 빨라진다. 그러다가 초/중/고 개학이 다가오면 아직 개학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학 전 약 일주일 전부터는 ’99개의 컨테이너 중 9개를 추가로 제거한 느낌으로’ 좀 더 가벼워짐을 느낀다. 어쩌면 밀린 방학숙제에 여념이 없어져 인터넷 사용 시간을 줄였는지도 모른다는 상상까지 든다. 이것은 내가 속도나 성능 같은 것에 민감해서가 아니라 나처럼 분당 검색 횟수와 페이지 이동 횟수가 많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둔한 사람일지라도 그 차이를 아주 크게 느끼게 된다. 어떨 땐 유용해 보이는 정보가 십수 개씩 링크돼 있어 각각의 탭에 한번에 좌르륵 띄우기도 하고 각각 순서대로 띄우더라도 1초에 3개 페이지 정도를 띄울 때도 많으니까… 확실히 방학 기간에는 페이지 로딩이 드드드드드 하고 한참을 멈춰 이건 혹시 정녕 익스플로러에 버그가 생긴 건 아닐까 의심하고, 시간이 남아 화장실 다녀오고 이것저것 하고 라디오 채널도 돌려본 다음에서야 화면을 보니 아까 그 멈췄던 화면에서 이제야 슬슬 공백 페이지가 뜰까말까 갈등하는 느낌이다. 개학 이후로는 그랬던 페이지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로 뜬다(이 사실을 몰랐던 초기에는 방학 시즌마다 인터넷 회선 업체를 바꿔야 할지에 대해 꽤 오래 고민했었다).
그 이후 초/중/고의 개학일이 짠~ 되면 정말이지 이건 뭐 ‘남아있던 90개의 컨테이너 중 89개를 없애버린 느낌으로’ 인터넷이 날아다닌다고나 할까. 혹은 더 적절한 표현은, ENTER를 누르거나 마우스 클릭하기 0.1마이크로초 전에 이미 원하는 페이지나 검색결과로 순간이동 돼버린 느낌이 들 정도다. 방학때도 이런 속도라면 살맛 날 것 같다. KT 메가패스를 2000년도엔가 가입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쭉 써왔는데, 초창기의 ADSL부터 VDSL과 FTTH를 거쳐 현재 엔토피아까지… KT 업체의 제공 속도 자체는 한 번도 느려진 적은 없었다. 가끔 2년에 한 번 정도 구 서비스회선 에러로 접속이 끊겨 신형 회선으로 교체받는 일은 있었지만. 더구나 예전 전화 회선을 이용할 당시에도 집이 전화국과 항시 가까웠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현재 비록 노트북을 사용하느라 엔토피아에 무선으로 네스팟 접속을 사용하지만, 그렇다 해도 속도는 60이 넘으며 여러 경험과 실험 결과 상으로 업체 제공 회선 자체가 느린 것은 확실히 아니다. 시간이 간다는 자체는 언제나 싫지만, 방학 시즌에 만큼은 가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방학이 끝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갖게 된다. 물론 죄없는 순수한 눈망울의 학생들에게 무슨 감정이 있어서는 아니다. 단순히 내 검색과 페이지 뜨는 속도 향상을 원하는 마음에서일 뿐… 육안으로 보진 않아도 회선 속도를 통해 내가 느끼는 것은, 방학 시즌엔 매년 해가 가면 갈수록 학생들이 야외 활동보다는 인터넷 포털에 붙어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난 뉴스건 뭣이건, 사전이나 간혹 블로그 검색 외엔 포털을 이용할 일 자체가 거의 없는데, 필요한 몇 종류의 자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털을 오랜 시간 이용하게 된다. 속도가 가장 느린 달을 손꼽을 수도 있는데 그것은 각각 1월과 7월이다. 느린 속도는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가 피크이고,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가 피크인 것 같다.
그런 측면(학생들의 방학 중 일상)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졸업할 때까지는 인터넷이 매우 활성화되는 과도기였어도 지금처럼 학생의 대다수가 방학땐 포털에 붙어사는 일이 전반적 트렌드는 아니었다는 점이 참 다행스러웠다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난 지금도 일이나 특정 목적으로 인해 컴퓨터 앞에 붙어있어야 하는 긴 시간 자체가 싫은데 학생 시절부터 그랬을 것을 생각하면 휴~
나이에 비해 노인네같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간혹 빨강머리 앤이 살았던 산업혁명 전후쯤의 시대에 태어나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컴퓨터나 인터넷 따위 없는 세상에서 자연을 누리며 오프라인 속에서만 살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느 일에나 그렇듯 거기에도 장단점은 있겠지만 말이다. 사실 지금의 기술에서 멈춰 이 정도만 유지한 채로도 꽤 괜찮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구 안에 인간이 너무 우글우글 증식해버려 이들이 각자 생활을 위한 경제권을 얻으려면 그 머리수 만큼의 가속도를 붙여 지능적으로 새 기술을 찾아내고 그것을 부각시키고 이슈화해서 더 많은 다수에게 팔아야 자기도 음식 사고 집 사고 기술력으로 인해 나오는 신제품들을 남들만큼 똑같이 다 구매하고 돈 벌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다. 만약 인류의 머리 수가 정말 셀 수 있을 정도로 적다면 모두들 쾌적하게 짧은 생을 행복 속에 살다가 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인간의 머리수는 찍어낸 money 수와 같은 개념으로 인간의 행복을 지배해버린 것이다. money의 계속적인 찍어냄으로 인해 빚의 기하급수적 증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돈처럼 생긴 페이퍼의 가치 추락이 일어나듯, 인간의 머리수 증가로 인해 인간처럼 생긴 크리처의 가치 추락이 일어나고 인간보다는 신기술로 무장된 신제품의 가치가 사실은(아무도 이 현실을 인정하려 들진 않겠지만) 더욱 높아져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재밌는 건, 위와 같은 나의 주관에도 불구하고 난 그와 정 반대되는 생각도 늘상 한다는 점이 모순처럼 보인다. 차라리 내가 어릴 적부터 컴퓨터가 보편화됐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 검색이 당연했다면 더 많은 정보와 더 빠른 두뇌의 깨우침으로 뭔가 지금 하지 못 한 혁신적인 일을 완수해내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와 동시에 드는 걱정은, 너무 어려서부터 접하다 보니 오히려 잘못된 측면으로 접근하여 일생을 망쳤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