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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Jan

시중의 추상적 용어에 대한 불만

2010 at 09:07 pm by 아쿠아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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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용어 발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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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잘 하는 건 아니다. 나도 어휘가 아주 풍부해서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나가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시중에 아직 없어서 내가 신규로 손수 정의해야 하거나 아직 없어서 새로 지어내야 하는 한글 용어는 될 수 있으면 하나의 명확한 의미로 표현되게끔 선정의 노력은 한다.

내가 불만인 것은, 시중에 존재하는 많은 한글로 기정의된 원래의 영문 용어들이 원래의 의미는 1개에 불과하고 명확한데,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상당히 추상적으로 변하거나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하게 중의화 된다는 점이다. 그 예로 ‘파라미터’를 들 수 있다. 파라미터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얼핏 보고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그런 식으로 치면 모든 영 단어가 최초에 결국 루트가 되는 한 가지 의미에서 여러 의미로 파생이 됐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엄연히는 그 비슷해 보이는 각각의 뜻이 상황에 따라 완전히 극과 극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경험이 많은 사람은 알 것이다. 뭐 사실 ‘파라미터’라는 외래어로 번역한들 각각의 상황이나 분야나 문맥에서 그걸 완벽히 못 알아보는 사람이야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당신이 여태까지 잘 알고 있고 사용해온 ’파라미터’라는 용어의 정밀하고 유일한 최근접 정의를 서술해 보시오”라고 지시했을 때 과연 어느 누가 해당 분야에서의 완벽 명확한 원래의 단 하나의 가장 근접한 의미로 정의를 설명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영문 용어들이 이미 한글로 정의됐으나 기정의돼 있는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찌 보면 그런 용어 중 대다수가 처음 그 용어를 접하는 사람이나 혹은 관련 분야 종사자에게조차 뭔 의미인줄 막연히는 당연히 알겠는데 원단어를 모르고는 ‘찝어서 딱 정확히 이 개념이다라고 확정을 내리면서 타인에게 주장하고, 강조하고, 맹세하고, 장담하고, 보증할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는 결코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태반이다. 그런 용어가 정의돼 있은들, 그것이 모두에게 유용한 지식의 축적이라고 과연 볼 수 있을 것인가? 어째서 번역문에 그 명확한 뜻을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한글 및 한자어 단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하필이면 ‘파라미터’라는 외래어식 용어를 선정해야만 했을까? 나는 이에 대해, 모두는 아닐지라도 거의 대부분의 번역자의 경우 ‘별 생각 없이’ 혹은 ‘본인도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도 모르거나 확실히 이해 못 한 의미의 용어를 추상화하고 두리뭉실화하여(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는 것 같아 보이게) 장시간의 고민 과정 없이 손쉽게 표현해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냥 그 영문단어의 소리나는 발음이나 외래어식 표현 그대로를 한글로 표기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택한 ‘파라미터’는 특정한 그 상황에서 과연 정확히 우리말로 풀어서라도 설명한다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질문하고 싶다. 이미 모두가 파라미터라고 하면 대충은 다들 알아들어서 라는 변명은 말그대로 변명이고 책임회피지 결코 정당하거나 인정받을 만한 설명이 될 수 없다. 물론 그 이면으로 일부의 경우에 이런 문제를 생각해볼 순 있다. 서적도 그런 경우가 존재하겠지만 특히나 문서 번역을 맡아서 하다 보면, 번역 단가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번역물의 품질에 비해 더욱 중요한 수요자들이 있다. 모든 생산물은 당연하게도 자본주의다 보니 투자비용 대비 시간의 비율이 일정할 수밖에 없고, 시간은 품질에 정비례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더욱 문제가 되는 건 결코 수요자들이 아니다. 번역 뿐 아니라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공공의 적은 언제나 동 업계 내부에 있다(같은 편, 같은 입장의 사람). 제 살 깎아먹기가 모든 업계의 팬데믹인지라 어차피 자신이 자신없는 품질 부분은 포기하고 ‘가격포기’ 같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무슨 ‘번역 다나와‘ 식으로 터무니없이 싼 단가를 제시하며 수요자들을 꼬득이는 일부 번역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주제의 원인으로 이런 경우가 전부인 것도 아닌데다가 제 단가나 충분한 비용을 꼬박 챙기는 번역자 중에서도 그런 부실한 용어로 자기 두뇌의 고통과 시간 사용을 아까워하고 절약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놓고선 카페 같은 데 가보면 정작 자기 실력은 인지하지도 못 한 채로 우월감에 젖어 타 번역자들의 오역에 대해선 그들의 등 뒤에서 신랄하게 비판 겸 비난을 섞어 하곤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명분은 비판과 적절한 지적을 통해 다함께 발전하자는 취지라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빛 좋은 대의명분일 뿐이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 시의 대의명분이 ‘경제 살리기’이고, 실제 목표는 ‘(나만의) 경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살리기‘ 였듯이. 간소화 하고 생략하고 추상화 해버리면 의미가 정반대가 돼 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럴 시간이면 차라리 ‘파라미터’를 ‘인수’나 ‘한계인자’ 등으로 각 상황에 따라 구체화할 고민이나 하겠다. 이 점은 번역인들 뿐 아니라 음악인들이나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 우주 모든 분야나 업계에 동일하게 일부분씩 존재하는 현상이고 단지 특정 분야에서 더욱 심하고 덜한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음악인들 중 일부는 자기가 시중의 곡과 상당히 비슷한 테마로 곡을 완성하고선 표절이란 얘길 들으면 인정하지 않고 펄펄 뛰면서 그 주제에 타인의 곡은 표절이 절대적이라고 단정짓고 상대방의 반박 이유에 귀를 막고 소리지르는 유아 비슷한 처사로 대응하곤 한다(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분명 반성과 인지력이 부족한 음악인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 그 일부에 한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보고 스스로 깨우치게끔 상황이 구성되길 바란다). 이 두 사례는 업계만 다를 뿐 서로 똑같은 현상이며, 각 업계가 발전하지 못 하고 어려움 겪게 되는 주요 원인이다. 영어로는 분명 뜻이 날카로운 한 가지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글로만 변환되면 해석 가능해지는 뜻이 5~10개로 늘어난다. 번역이 마술인가?

물론, 간혹 특정 용어가 좋으나싫으나 이미 기존에 해당 업계에서 오래간 사용돼 온 이유로 해당 업종 종사자들은 그 용어가 편해서 그런 다수의 이들을 위해 기존의 외래어식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건 지금 얘기하는 주제와는 차원이 다른 별개의 문제다. 다만, 여기에도 내 생각을 첨가하자면 그런 경우라 해도 이미 알고있는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할 문서나 서적의 번역과는 별개로 새로 배우게 될 학생들이 읽게 될 입문서 같은 문서나 서적에까지 굳이 기존의 잘못된 혹은 더 나을 수 있는 용어로 과감히 바꾸는 시도를 하지 않을 필요성은 전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과도기가 없고 희생자 세대가 없이는 변화란 절대로 없다. 조금 힘들고 바꾸는 게 부담스러워도 누군가 같이 해줘야 이후 시절은 더욱 편해지는 것이다.

쓰고 보니 마치 나 혼자 잘나서 지적하는 것처럼 비칠지도 모르겠는데, 내 의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실력자는 아닌지라 가끔은 나 역시 완벽하게 명확화할 한 가지 의미의 용어를 찾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글은 특정인들을 염두에 둔 비판도 아니고 단순히 꽤 오래된 생각인데 오늘도 문득 특정 용어 개념이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아 이것을 어떻게 새로 만들어야 할까를 고심하다가 답답한 마음이 이 글에 흘러넘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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