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매번 줄창 딱 하나의 피자만 먹었기에 비교가 가능했다. 내 입맛에는 도미노, 미스터 피자는 전혀 맞지 않는다.
모태 피자헛 신앙이었는데 다른 이들이 하도 맛있다고 난리쳐서 큰 맘 먹고 도미노와 미스터를 각각 먹어 봤는데 정말이지 내 취향과 입맛엔 최악이었다. 그것들은 피자의 근본을 무시한 그냥 ‘밥+반찬’ 내지는 ‘한정식’ 내지는 ‘그냥 육류나 해물이 곁든 끼니 식사’의 맛과 느낌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피자만의 특징인 리치한 느낌이 없으며 (기름기가 좀 덜한 것은 좋지만 그 때문에 아무래도 좀더 맛까지 덜한 듯) 도우가 너무 얇아서 씹는 느낌도 나쁘다. 피자에서 빵 부분은 무조건적으로다가 두터워야만 하는 것이 내겐 절대적이다. 그래서 피자헛으로 회귀한 이후 다른 피자 브랜드는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맛이 없고를 떠나서 그것들은 피자 본연의 맛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끼니 대체용 식품들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피자헛 자체에서도 미스터피자나 도미노피자같이 끼니식사 같은 맛을 제공하는 피자 종류(밥+반찬 맛)가 많다. 그래서 오로지 줄창 주문하는 피자 메뉴도 딱 하나로 정해져 있다. 그것 외엔 모두 피자가 아닌 끼니 식품(고기나 해물 등이 곁든 밥과 반찬 맛)이다. ‘치즈바이트 퐁듀’ 패밀리 사이즈만을 시킨다. 그나마 동생과 내가 공식 인정하는 피자는 딱 이거 하나다. 이게 진정한 피자 맛이었다. 물론 이것도 오산점 이외의 지점에서 시켜먹었던 과거 당시에만 해당되는 일이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말해둘 점은, 나의 입맛은 완전 싸구려라 뭐든 못 먹는 게 없으며 미묘한 차이를 별로 크게 느끼지 않는 무난하고도 항상 만족도 높은 입맛이라는 사실이다.
오산으로 이사 후 오산점 피자헛에서 5-6번 정도 배달시켜 먹었다. 지점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는 것은 이해하는데 첫째로 다른 지점들 몇 군데에 비해 마이너스 측면으로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 먼저 다른 기존에 시켜먹어본 모든 지점에서는 디핑소스를 당연하다는 듯이 기본 제공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치즈바이트의, 치즈바이트를 위한, 치즈바이트에 의한이기 때문에 빵 두께도 기존 다른 지점들은 두터웠었다. 그런데 1. 오산점에서 시켜 먹을 때마다 디핑소스를 안 주는 것이다. 처음에 그것 때문에 왜 기본제공인 디핑소스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원래 치즈바이트엔 디핑소스를 제공해드리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기존 다른 지점들에서는 다 주던데 지점마다 차이가 있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원래부터 제공해드리지 않는 건데 다른 지점들이 비정상적으로 서비스로 제공해드린 것 같습니다’와 같은 형태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한 군데도 아닌 그 몇 군데의 지점들은 약간의 전두엽 퇴행이 있어 실수로 당연하다는듯이 가져다 주었다는 그런 얘기로 해석 가능했다.
그래 뭐 그 소스가 꼭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원래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필요하시면 드린다고 해서 소스를 달라고 했다. 매번 시킬 때마다 디핑소스는 꼭 먼저 얘기를 꺼내야만 제공해주는 그런 부수물로 전락해버렸다. 여기서부터 신뢰에 균열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2의 문제가 발발했다. 서해교전 만큼이나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자헛을 고집하는 근본 이유를 갈아엎어버리는 사태였다. 바로 2. 빵 두께가 미스터피자로 빙의한 것이다. 아니 솔직히 트레이싱지처럼 얇아서 밑에 원본을 대고 비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얇다. 이 부분은 참을 수 없었다. 왜 피자헛을 굳이 고집해 왔는데…

'매번' 데워오는 피자 - 너무 타지만 않았어도...
그래도 매번 피자를 시킬 때면, 그나마 대안을 찾지 못 해 결국 늘상처럼 피자헛의 치즈바이트 퐁듀를 다시 시킬 수밖에 없었다. 속고 또 속는 증후군이었을까. 그런데 제3의 참사가 일어났다. 뭐 이건 다른 지점에서도 가끔 한두 번은 만든지 오래 지난 피자를 데워서 갖다주는 일은 있었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이 3. 오산점은 6회 시킨 중에 1회를 제외한 5회나 데운 피자를 갔다줬기 때문에 가끔 있는 일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요번에 시켰을 땐 신년 이벤트로 저녁 8-9시경에 시키면 재고를 데워서 주는지 덤으로 샐러드와 치킨텐더 같은게 제공되는 기간이었다. 이렇게 식은 걸 데워서 갖다줄 줄 알았으면 오후 3-4시 경에 굳이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데워서 갖다주는 피자는 바로 만들어 가져온 피자와 1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육안 상으로도 확연히 차이 나는데, 우선 갓 구운 피자는 배달된 후 20분이 지나도 보드라운 촉감에 (이건 꼭 만져보지 않아도 멀리서도 육안으로 그 느낌과 질감을 통해 식별된다) 그 은은한 향이 변하지 않는 데 비해, 4. 데워서 가져온 피자는 바닥과 측면 일부가 시커멓게 타서 발암물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그 부분을 일일이 떼어 내고 먹어야 하는 지저분하고도 귀찮은 사태가 발생하며 5분도 안 돼서 싸늘히 식어 버리고 향도 변질되다가 금세 사라진다. 일단 나야 입이 고급도 아니고 까다롭게 이맛과 저맛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미각도 지니고 있지 못 하므로 어느정도면 대부분의 음식을 만족하고 먹는 방면의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짠 음식, 단 음식, 탄 음식 만큼은 유난히 싫어하기 때문에 그 부분도 부정적 인상에 한 획을 그었다.

탄 부분의 2/3를 떼어내고도 남아있는 탄 야채
또 이 오산점은 배달 아르바이트생은 모두 친절하고 착한데, 전화 주문받는 사람이 개념이 없는지 아니면 알츠하이머를 겪는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5. 치즈바이트 ‘퐁듀’를 시켰으면 당연히 퐁듀 소스를 배달원에게 전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퐁듀가 빠져 와서 배달 알바로 하여금 다시 가서 가져오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산점의 안일한 태도와, 오산점 치즈바이트 퐁듀의 단점은 이 글에 아직 절반도 채 기재되지 않았다. 손이 아프다. 이 포스트를 페이지로 나눠야 하나 고민 중이다. 흑. 본격적으로 달려 볼까.
자. 경기가 좋지 않다. 불황이다. 인정한다. 허나 이와 맞먹는 기존 불황기, 원자재 폭승, 인플레이션 기간이나 최근에도 다른 지점들은 치즈 양이 줄지 않았었다. 풍성하고 리치한 치즈바이트 귀퉁이 빵 부분에는 가득한 치즈가 줄줄 녹아 들어있어 그 부분 씹을 때 ‘아~ 진정 피자헛 치즈 시리즈 팬 피자의 묘미는 이것인 것이지’라며 경탄해 마지 못 하며 천국의 환희를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아무래도 이상해서 구체적으로 그 귀퉁이 빵을 열어 보았다. 아앗! 이런!! 그렇다. 요즘 아무리 대통령을 비롯해 사기가 팬데믹이긴 하지만 이럴수가.

겉에 붙어 있던 치즈 1mg
진짜 놀랬다. 반사적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에 제보 전화를 걸 뻔했다. 사진을 보시라. 6. 치즈가 들어앉았어야 할 자리에는 미미한 고구마가 빵 안쪽 말린 표면에만 얇게 노랗게 발라져 있다. 이 빵을 뜯어보기 전 겉에서만 보면 흘러넘치다가 적절히 굳은 듯한 매혹적인 치즈 모습이 마치 꽉 찬 것처럼 보인다. 건설에서만 부실 공사, 자재 횡령 같은게 있는게 아니라 피자에도 있구나 싶었다. 치즈는 누가 다 횡령한 것이란 말인가. 피자에서 사실상 치즈 빼면 재료 단가 3,000원이나 나올까? 그런 중대하고도 핵심인 치즈를 쏙 다 빼먹었다. 그래놓고 10% 할인가가 31,000원이니 뭐 거의 날로 먹는 맛이 황홀경이겠네. 좋겠다. 부럽다. 나도 피자헛 차리고 싶다.

치즈는 간 데 없고 그 자리엔 쓸쓸히 고구마만이 남아...
정말정말 아쉬움과 후회가 많은 피자였지만, 지금과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배불러 남겨놓았던 마지막 조각을 먹으려 보니 이런! 내내 못 봤는데 7. 그 한 조각 위에는 토핑이 거의 없는 것이다. 빵만 노랗게 그 부분이 넓게 있고 옆에 몇 개의 올리브 조각이 전부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보다는 ‘기네스북’에 제보하는 편이 더 규모상 레벨상 적절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도 추가로 요청했던 핫소스와 치즈가루를 뿌려 위안 삼으며 그 마지막 조각을 삼켰다.
이제 기대하시라. 절정의 대단원 막이 스물스물 오른다.
그래 뭐 위의 사항들 쯤이야. 살다보면 매번/항시/줄창 있을 수도 있는 사소한 일이지.
그러나 이제 최종 서프라이즈가 남아 있다.

퐁듀 소스 (에멘탈 치즈 소스) - 뜯은 후
위에 썼듯이 치즈바이트 ‘퐁듀’를 시켰으면 퐁듀 소스를 갖다줘야 한다. 그러나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역시 퐁듀를 갖다주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하고 배달원에게 말했더니 갖다주겠다고… 그래서 퐁듀 소스를 받고 알바는 돌아갔고, 이제 먹으려는데 이상하게 소스 통 위의 밀폐 비닐이 심하게 부풀어 있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서일까. 하지만 오히려 따뜻한 곳에 오래 두어야 볼 수 있는 모습인 것 같았다. 뭐 일단 그저 편견을 가질 수도 있으니 뜯고 보자 생각해서 열기 전 부풀어 있는 사진을 미리 찍어두지 못 했다. 소스를 열자 톡 쏘는 냄새가 올라왔다. 그렇다. 8. 한 눈에 봐도 약간 맛이 간 것을 알 수 있었다. 냄새는 정확히 상한 요구르트 냄새였다. 그래도 혹시 내 코가 일시적으로 잘못 감지했을 수도 있으니, 소스 상태를 눈으로 보기에도 기포와 노란 미세 입자들이 있어 매우 이상했지만 직접 맛을 보기로 했다. 먹어보니 맛은 냄새와 또 달리 딱 슬라이스 치즈 맛이었다. 퐁듀 그냥 받은것도 아니고 1,000원 추가해서 시킨 게 이런 식으로 상한 게 올 정도면 경기가 어려워 소스가 안 나가서 오래 된 재고인 건가라는 잡생각과 함께 위의 상황들이 쌓여있던 와중에 이 점이 결정적으로 피자헛 오산점에 대한 신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촉발했다.

맛이 가셨쎄요~ 발명품: 냄새는 요구르트 맛은 상한 슬라이스 치즈
결심했다. 피자헛 오산점에서 시켜먹지 않기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심지어 지점에 관계없이 모든 피자헛 자체에도 신뢰가 떨어졌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만일 오산점에 직접 방문해서 먹었다면 피자나 소스 상태가 어땠을까? 어떻든 다른 지점들은 방문이든 홈서비스든 상관없이 피자 자체의 상태나 서비스 수준이 동일했다. 대학때 아주 잠시 리서치 회사에서 피자헛 매장 상태나 피자 상태를 몰래 조사하는 알바를 했었는데 그때 생각난다. 오산점은 그런 리서치를 전혀 진행하지 않는지 너무 안일한 태도로 나몰라라 하는 것 같다. 파리 날릴 만하다(진짜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런 상태론…). 더군다나 이번 사태를 핑계로 이제 피자 같은 해로운 음식을 자제할 시점도 된 것이라 여기면서 더욱 결심을 다잡아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