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 번역에 들어갈 때마다 등장하는 User Experience를 깔끔정교한 우리말 용어로 만들고자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나라에 도무지 존재하지 않는 말을 억지로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할 때가 있음을 느낀다.
1. 처음 생각한 것은 ‘사용자 편의성‘ 이었다. 왜냐하면 결국 기존과 비슷한 외형, 사용법, 작동법 등은 과거에 축적돼온 사용자의 경험을 통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생각해 냈다. 하지만 역시 이 용어는 의미상의 정밀도가 없다. 편의성은 usability 라는 단어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usability는 가용성도 되지만 그런 의미인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편의성’(사용하기 쉬운 성질)이라는 뜻으로 쓰인다.(이 경우 able이 단순한 ‘가능’이 아닌 ‘충분히 ~하기 쉬운’의 의미로 쓰였다)
2. 그래서 위의 편의성은 포기하고, 그 다음 번역 기회에 이 용어를 다시 고민했다. 사용자 친숙성, 사용자 친밀성 등을 떠올렸으나 이건 편의성보다 어쩌면 더 거리가 먼 의미에다가 이미 user friendliness라는 정밀 용어가 존재하지 않은가.
3. 그래서 다시 친화성 시리즈를 포기하고, 한동안 사용자 경험으로 별 수 없이 사용했다. 그러다가 문득 가장 정밀한 의미, 즉, ‘사용자 익숙성‘을 떠올리게 됐다. 그러나 익숙도나 익숙성이라고 한자어로 만들면 만드는 것이지만 기존에 워낙 쓰임새가 없어서 용어 자체의 뜻과 달리 너무 안 익숙한 용어임에 회의를 느꼈다. 사용자 익숙함, 익숙성, 익숙도(익숙도는 엄밀히 ‘정도’나 상대적 수치를 나타내므로 익숙성이 셋 중에선 가장 낫다) 등이 후보에 올랐으나 결국 포기했다.
4. 그렇다면 사용자 ‘경험’은 아무래도 너무도 의미와 거리가 동떨어져 있으니… 바꾸고 싶었다. 왜냐하면 User Experience에는 ‘과거의 일관된 여러 경험 누적으로 적응되어 이후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접할 때 얻을 수 있는 익숙함과 편의성‘이라는 풀어쓴 설명의 의미가 완전히 포함돼 있는데, 이것을 한두 단어짜리 우리말 용어로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용자 익숙성이 역시 의미상 최고지만 너무 낯설어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사용자 경험성‘이다. 그저 ‘성’ 자 하나만 붙었을 뿐이지만 의미는 확 달라진다. ‘경험’은 말그대로 부연의미 없이 정확히 ‘경험’ 자체만을 뜻하지만, ‘경험성‘이라고 하면 경험으로 얻게 되는 어떤 성질 같은 느낌이 들러붙는다.
5. 하지만 ‘사용자 경험성’이라고 하자니 겨우 한 글자 덧붙여진 차인데 이걸로 뭔가 누군가에게 지적받을 수 있는 모험을 걸기 싫고, 이것도 무릅쓰고 사용할만큼 정확한 의미를 형성하지도 못 하므로, 결국 레벨4를 탈피한 나는 레벨5를 맞이하며 다시 레벨1 때의 ‘사용자 경험‘으로 회귀했다. 어찌됐든 이게 위키 백과에도 등재된 용어고 사용자경험이라고 표기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인한 결정이다. 사실, 난 용어 선택에 있어서 그저 모든 이들이 대충 의미만 알아들으면 되니까라는 생각을 반대하기에, 그 원칙에 따르자면 이걸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User Experience 만큼은 정말 나도 현재로선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나의 용어 경험치 레벨이 6 이상 업데이트 되면서 어떤 획기적인 용어를 발굴해 낼지는 모를 일이다. 현재로서는 백기를 휘날리며 항복 선언하고 순순이 ‘사용자 경험’ 따위의 절대 부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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