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하나의 일에 오랜 시간 매달리면 너무 지루한 나머지 틈날 때마다 영화 사이트나 곰플레이어에서 제공하는 영화를 보는 일이 많다. 난 영화뿐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남들보다 두뇌가 늦게 트였고 나 자신에 대한 깨우침이 한 발짝 늦은 편인데, 학창 시절엔 내가 좋아하는 일은 분명히 있었지만 앞으로 하고싶은 일이 뭔지에 대해서 명확히 깨닫지 못 했고 내가 무슨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정확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그런 것들에 대해 하나 둘 깨닫게 되면서 그런 나 자신에 대한 깨달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어 가끔씩 하나 둘 정립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영화에 있어서도 내가 무슨 장르의 어떤 나라의 어느 스타일을 가장 좋아하느냐 하는 생각 따위 해본 적도 없이 살았는데, 1년 전부터 확고히 내가 좋아하거나 내게 제일 잘 맞는 스타일의 영화가 무엇인지 파악이 되어가고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고 사소한 것이다. 프랑스의 논픽션 위주의 약간의 위트가 가미된 코믹물이 내게 가장 웃음을 선사하고 영화 보는 순간 내내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프랑스인들이 다 그렇게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수준이 높은지는 모르겠는데 몇몇 프랑스 감독의 영화들은 확실히 그렇다. 또한, 영화 자체만 그런게 아니고 그 프랑스 영화들을 주로 번역하는 자막 번역가들도 분명히 대단한 실력과 감성을 지녔음을 확신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긴 불어 표현을 그토록 간결한 문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서에 맞게 정말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존경스럽고..
내가 절대로 직역주의자는 아니지만, 내 기존의 번역 철칙은 원문에 있는 내용 삭제하지 말고 없는 내용 추가하지 말자는 것이었는데, 기본적으로 그건 그대로 가되 앞으로는 몇몇 불어 자막 번역가들이 그렇듯이 나도 어느 정도 오역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센스를 발휘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할 듯하다.
이제껏 일부 개인적으로 의뢰받은 작업물들을 제외하고 도서 번역은 전부 기술에 관한 책들 뿐이어서 그런 점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점차 자기계발이나 조언에 관한 책들도 번역하게 될텐데 이런 기술 연마도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짧으면서 원문에 담긴 의미 삭제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좀 다른 얘기지만 관련되어 한 마디 덧붙이면, 일어 자막 번역가들 중에는 우리 정서에 맞지 않거나 일본 특유의 문장 표현을 그대로 살릴 의도였는지(사실 난 그 부분이 불만이다. 오히려 상당히 우리말 기준으로 봤을때 어색하고 부적절해 보이는데)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번역되는 국내에서의 현장감을 살릴 능력이 부족해서였는지 몰라도 그렇게 번역하는 분들이 간혹 보이는데, 그런 부분은 우리말 어법에 맞게 번역해 주었으면 한다. 이런 면에서 불어 자막 번역가들과 상당히 질적인 차이가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