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군
이젠 사진 찍는 것도 귀찮고 기존에 찍어둔 게 있긴 하지만 작게 편집해서 올리는 일도 마냥 귀찮다.
글만 적으면 포스팅이 아무래도 재미가 덜해지긴 하는데… ^^
귀여운 햄스터 아이들의 근황을 일일이 찍어서 보관도 하고 올리고도 싶지만 조만간 최적의 기회를 노려야겠다.
난 다른 사람들과 달리 햄스터를 일정 시간씩 풀어두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관찰할 수 없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햄스터의 사랑스러움은 단순히 케이지 안에서만 키우는 사람들은 결코 반의 반도 체험할 수 없는 영역이랄까…
햄스터가 처음에 웅큼이와 만두, 그리고 만두가 죽고 난 이후엔 웅큼이와 도리, 이렇게 단 두 마리 뿐이었을 땐 아무래도 둘에게 각별히 신경써서 관리할 수 있었고 운동도 많이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새끼를 7마리 낳고 2마리를 분양보낸 후에도(안타깝게도 분양 보낸 2마리 중 한 마리가 죽었다고 전해 들음 T.,T 걍 내가 키웠더라면.. 제일 튼튼해보이고 우량한 새끼만 골라 준건데. 그렇지만 과연 9마리였다면 제대로 키울 수 있었을까?) 웅큼이와 도리와 5 베이비를 합해 도합 7마리를 운동시키기란 시간 문제도 있고 관리도 어렵다. 햄스터는 몸집도 작고 재빠른 데다 장기간에 걸쳐 풀어두면서 세상경험을 시켜주지 않으면 어떤 물체가 위험할 수 있는지나 어디를 가면 안 되는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일일이 관찰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엄청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새끼가 자라고 케이지를 6개로 분리한 이후론 한시라도 케이지 문이 열려있지 않으면 못 나와서 안달하는 웅큼군을 제외하고는 거진 거실이나 방바닥에 풀어놓지 않으며, 굳이 운동이 필요한 경우엔 다른 아이들은 햄스터볼에 태운다. 웅큼군은 원래부터 신중했었지만 만두양의 불의의 사고와 죽음을 옆에서 목격하고 충격도 받았고, 그 이후로도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 지내온 햄스터인지라 나름 노하우와 정보도 많아서 대부분 위험하지 않은 곳을 잘 골라다닐 줄 알고 요즘은 거의 강아지나 고양이 수준으로 나와는 교감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그런 교감적 측면에서 햄스터들이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로는…
1. 나오고 싶어해서 거실에 풀어놓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서 문을 열어둔 채 할 일을 하고 있으면, 잠시 후에 발이 간지럽다. 다름아닌 웅큼이가 내게로 와 뒷발로 서서는 내 발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맛있는 것을 달라고 조르는 행동이다.
2. 풀어놓은 상태에서 부엌에서 뭔가 음식을 만지고 있으면 웅큼군이 쪼르르 쫓아와서 약간 거리를 두고 서서 두 손으로 뭔가 달라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니까 달라는 것이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의 음식을 그대로 주어선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류의 흰 살이나 계란 흰자 등이 아니고선 대체로 주진 않는다.
3. 문을 열어놓고 화장실에서 잠깐 손 씻고 있으면 웅큼군이 화장실로 들어오려고 할 때가 가끔 있다. 원래 물기를 싫어해서 화장실엔 웬만하면 가지를 않지만 아주 간혹 내가 있으면 들어오려고 한다. 그때 내가 ‘안돼 웅큼이 들어오면’ 이라고 말하면 멈칫하더니 곧장 알아듣고 거실 케이지 있는 쪽으로 되돌아간다. 처음엔 원래 저렇게 말을 해도 당연히 들어올 줄 알았는데 명백히 알아듣는 것 같은 눈치여서 매우 놀랐다.
4. 케이지 안에서 나오고 싶어 철장살을 물어 뜯고 있을 때, 문을 열어줘도 곧바로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 한다. 햄스터의 후각은 민감하긴 해도 거리 원근에 따라 먼저 인식하는 냄새가 있고 또 조금이라도 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져 있으면 그 옆에 문이 열렸다든지 여기가 아닌 그 옆에 맛있는 것이 있다든지 하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거나 다른 위치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검지손가락으로 웅큼군의 콧잔등을 버튼 누르듯 살짝 밀어주면 문이 열렸음을 알고 나온다.
5. 웅큼이가 자신의 관심 햄스터와 철장 사이로 대면하고 있는 순간에 내가 웅큼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면 나른해지는지 졸린 눈을 하다가 너무 오래 그렇게 쓰다듬으면 사람의 행동과 똑같이 한 손으로 ‘이제 하지마’ 라는 듯한 제스춰를 취한다. 이 행동을 처음 보았을 때도 사람과 똑같은 모션에 너무 놀랐다. 역시 쥐는 인류의 먼 조상인 듯…
그 외에도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 새로운 사랑스러움을 매번 발견하게 된다. 지능이 매우 뛰어난 것 같다.
수컷들은 모두 내가 만져도 가만히 있고 항상 손냄새를 따라오는데 반해, 암컷들은 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특정 햄스터의 경우엔 매우 싫어하고 짜증까지 낸다. 만지면 확 밀치면서 화를 낸다. 유전된 각 개체별 성격 차이인 것 같다. 바로 짜리양이 만지면 신경질 부리면서 얌체같이 먹을건 달라고 보채는 스타일이다. 도리양은 만지면 일단은 가만히 있지만, 너무 오래 만지고 땅으로 내려주지 않으면 ‘이놈아 이제 그만 놔라’ 라면서 힘을 빼고 내 손가락을 이빨로 살짝 깨문다. 평상시 다른 일로 세게 물리면 살점이 도려져 나가기 마련이므로 이 경우엔 일부러 힘을 빼고 살살 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몽땅양은 매우 얌전하고 조신한 성격으로 만지는 것이 싫지만 아무 소리 못 하며 차분히 있는다.
성격이나 생김새 면에서 유전인자를 분류하자면 ‘도리양 => 짜리양 => 톨군’이 같은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그룹으로 묶을 수 있고, ‘웅큼군 => 밤군 => 몽땅양 => 염둥군’ 이렇게 또다른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성격이 비슷하고 얼굴 생김새나 표정도 후자가 온순하고 움직임과 심박도 차분한 편에 속한다. 웅큼군은 초기엔 심박수도 안정적이고 온순했으나, 가장 오래된 노련한 햄스터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는 것인지 몇 달 전부턴 심박수가 매우 빨라졌고 성질도 부릴 줄 알고 굉장히 부산하게 다닌다. 매일 케이지 문을 열어두면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알아서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케이지 문을 닫으면 당장 다시 나올 생각이 없으면서도 ‘내가 나가고 싶을 때 아무때나 나갈 수 있게 열어두지 왜 닫아!’ 라는 식으로 문 열라고 매달린다.







